“아픔을 함께해주는 분들 덕분에 버팁니다”   
“아픔을 함께해주는 분들 덕분에 버팁니다”   
  • 김준수 기자
  • 승인 2018.03.26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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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폭탄에 거리로 내몰린 궁중족발

신학생·시민단체 연대로 강제집행 맞서
궁중족발 김우식 사장의 눈은 피곤함이 가득했다. 수차례 강제집행을 겪으면서 사소한 일 하나하나가 행복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김우식 사장. 영세 상인들도 마음껏 장사할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궁중족발 김우식 사장의 눈은 피곤함이 가득했다. 수차례 강제집행을 겪으면서 사소한 일 하나하나가 행복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김우식 사장. 영세 상인들도 마음껏 장사할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일상을 되찾고 싶다.”

건물주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수개월째 가게를 지키고 있는 궁중족발 김우식 사장의 유일한 바람이다. 법원의 강제집행이 5차까지 진행되는 동안 손님들로 북적이던 가게는 철문으로 굳게 닫힌 도심 속 작은 섬이 돼버렸다.

김우식·윤경자 사장 부부는 서촌에서 장사를 하며 두 아들을 키웠다. 궁중족발은 분식점과 포장마차를 하면서 모은 돈과 대출을 받아 차린 가게였다. 서촌이 ‘뜨는 동네’가 되고 단골도 늘면서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던 때였다. 건물주가 바뀌면서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297만 원이었던 것이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000만 원으로 급격히 인상됐다. 영세상인 입장에서는 나가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미 계약한지 5년이 지나 법의 보호도 받을 수 없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건물주는 아무런 제한 없이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

김 사장 부부가 항의하자 건물주는 명도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건물주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소송에서는 패소했지만 가게를 비울 수 없었다. 임차 상인이 겪는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버틸 수밖에 없었다.

“제가 조금이라도 가진 게 있다거나 넉넉했다면 버틸 수 없었을 거예요. 오히려 아무것도 없어서, 더 이상 빼앗길 것이 없어서 버티고 있어요.”

법원의 강제집행은 지난해 10월 10일부터 시작됐다. 2차 집행이 벌어졌던 11월 9일에는 한창 장사를 하던 저녁에 밀어닥쳤다. 족발을 먹던 손님들도, 김 사장 부부도 끌려 나갔다. 이 과정에서 김우식 사장은 네 손가락이 거의 절단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접합이 잘 됐어요. 겉으로 보면 그런 끔찍한 사고가 일어난 줄 모를 정도에요. 그래도 손끝으로 느껴지는 감각은 잘 느껴지지 않아요.”

해가 바뀌어도 강제집행은 계속됐다. 지난 7일에는 5차 집행이 진행됐다. 김우식 사장은 “혼자였다면 결코 버티지 못했을 거다. 관심을 가져주고 함께해주는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연대해주는 분들을 보면서 아직은 세상이 따뜻하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강제집행이 있을 때면 옥바라지선교센터와 신학생,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궁중족발 앞을 지킨다. 사설용역이나 집행관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24시간 가게에 상주하기도 한다. 궁중족발 후원을 위한 토크콘서트나 연대활동의 일환으로 초 만들기, 기타교실 등도 열린다. 매주 화요일 저녁 8시에는 옥바라지선교센터 주관으로 ‘궁중족발을 지키기 위한 현장 기도회’가 진행된다. 2차 집행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가족과 시민으로 구성된 416합창단, 고난함께 등이 궁중족발을 다녀갔다.

김우식 사장은 “옥바라지선교센터는 이 상황을 견디게 해주는 최고의 후원단체다. 나를 구원해주려고 찾아온 것만 같다”며 “기도회를 하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이 방문해주신다. 우리 입장에서도 이렇게 많이 연대를 하러 왔다고 생각하면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건물주와의 갈등이 생기기전만 하더라도 그의 취미는 장구 치기였다. 사소한 일 하나하나가 행복이었다는 걸 느낀다는 김우식 사장은 “일상을 되찾고 싶은 마음뿐이다. 다른 곳에서는 맘 편히 장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계속 가게를 지키는 이유는 궁중족발이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대로 쫓겨나면 다른 가게들도 밀려 나갈 수밖에 없을 거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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