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음자리’를 시작하는 소회
‘낮은음자리’를 시작하는 소회
  • 정원희 기자
  • 승인 2018.03.30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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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개인 SNS에서 1년 전 직접 올린 게시글에 대한 알람이 표시됐다. ‘제왕적 제도’에 안녕을 고하다, 본지로 이직한 후 처음 쓴 기자수첩의 제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통해 바라본 과도한 권력 집중 폐해를 지적한 글이었다. 내용에는 탄핵 인용이 결정된 다음날 불거진 명성교회의 편법 세습 의혹도 함께 다루며, 기독교의 사회적 신뢰 회복을 당부하기도 했다.

사계절이 한 번씩 바뀌고 다시 돌아온 봄, 당시와 어떻게 바뀌었을까.

세상은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혁명 이후 정권을 교체하고, 우려 속에 개최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냈으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탄핵의 이유가 된 과도한 권력 집중을 분산하고, 국민들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개헌안도 국회에서 협의가 진행 중이다. 날씨뿐 아니라 삶에도 진정한 봄이 찾아오고 있는 듯하다.

반면 교회는 떠들썩하게 준비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주일을 보내자마자 명성교회가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며 법을 어기면서까지 세습을 단행했고, 반대하던 목회자에게 최근 면직·출교 판결을 내리는 등 아직까지도 논란을 이어오고 있다. 또 다른 교단에서는 신학대학교를 사유화하려는 시도에 학생들의 반발이 계속되면서 휴교령이 떨어지고, 정부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우려했던 것들이 모두 현실이 되고, 당시 지적했던 교회안의 제왕적 제도는 더욱 심각해졌다. 봄은커녕 혹한의 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이다.

본 기자는 기자수첩 말미에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할 교회가 당장 세상을 선도하고 있지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세상의 실수를 반복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적어도 제왕적 제도를 깨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와 발맞춰 가는 것이야말로 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유지할 수 있는 길일 것”이라는 바람을 남겼다.

그러나 불과 1년이 지난 오늘날의 모습은 어떤가. 오히려 교회가 나서 반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가짜뉴스를 퍼다 나르는 것이 사회 이슈로까지 급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사회적 신뢰 회복을 기대하기보다 세상의 외면으로부터 벗어나는 게 더 빠를 것이다.

얼마 전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한자리에 모인 유가족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한 유가족은 “사회 곳곳에서 너나할 것 없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유독 교회에서만 변화와 개혁의 의지가 없는 것 같아 아쉽다”는 말을 남겼다.

한국교회가 지금껏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세상에서 존재감을 갖고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군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봉사와 섬김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이제는 도움의 손길조차 거부당할 수 있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교회도 담장을 허물고 변화의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 교회 안에 갇혀 특정 개인을 위한 높은 성을 구축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우리들의 모습이 아니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해야 할 때다.

사실 처음 해당 기자수첩을 쓸 때만 해도, ‘제왕적 제도’가 내 나라의 문제, 내가 속한 한국교회의 문제이기는 해도 본 기자의 직접적인 문제라고 가깝게 느끼지는 못했다. 그러나 본 기자 역시 감리회의 ‘제왕적 제도’에 맞서 60일이 넘도록 싸우고 있는 지금은 나의 문제가 됐다.

본 기자의 눈도 이제는 더욱 낮은 곳을 향하려 한다. 어둡고 누추한 그곳에 찾아가 작고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한다.

‘낮은음자리’, 낮은 자리의 소리(音)로 나부터 작은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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